번역 행정사 2차 논술 원서 접수한 날
2020. 07. 10. 금
번역 행정사 2차 논술 시험 못 칠뻔 했다.
2차 원서 접수 기간이 7월 6일부터 10일까지란 건 알고 있었다.
미리미리 해놓는 걸 모르는 나, 벼락치기의 달인은
이번에도 10일 금요일 저녁에 원서 접수를 할 생각이었다.
아, 조상님이 굽어 살피셨나 보다, 정말로.
9일 어제 저녁에 그냥 툭하고
아무 생각없이 큐넷 행정사 사이트에 들어갔고
헉, 보게 됐다.
"외국어 번역 행정사의 외국어 공인 어학 성적 제출 안내" 라는 빨갛게 표시된 글을!
그리고 알게 됐다.
10일 오후 5시까지 외국어 공인 어학 성적이 제출되어야
2차 논술 시험 원서 접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뭔가 첨부해야 할 서류도 있었다.
결론은 난 이 첨부할 서류를 내일 프린트해서 쓰고
어학 증명서랑 같이 내일 오전 중으로 제출해야
오후 마감 시간 전까지 2차 논술 원서 접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영어 토익 같은 건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는데
일본어 플렉스는 서류 제출만 가능했다.
아, ㅠㅠ
제출해야 되는 곳은 서울산업공단
집에서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당일 도착하는 특급 등기도 찾아보니 있긴 했지만
오후 8시까지 도착이라는 걸 보니
이 아날로그 세대는 직접 가서
등록되었다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게 빠를 듯했다.
왜 더 빨리 체크하지 않았나 자책해봤자다.
어제 그 시간에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조상님이 돌보셨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일어나서 오늘 정리할 사무관리론 분량을 적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온통 처음 가보는 길에 대한 불안함과
프린트 할 PC방은 언제 오픈하는 건지
차라리 문구점 오픈 시간인 10시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고
한시라도 빨리 제출해야 한다는
늦게 불타오른 사명감에
결국은 PC방으로 출동.
아, 정말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
여기저기서 날 잡아 끄는구나.
QR코드로 체크해 달라는 어린 새초롬한 여자 알바생.
예전의 그 친절한 소녀 알바는 어디 갔을까.
한참을 헤매다 QR코드 출석 완료.
착석 후 프린트 하려고 미리 보내 놓은 내게 쓴 메일을 열려고 하니
얼마 전 바꾼 패스워드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
다시 집에 가야 하나 또 머릿속은 전쟁터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비밀번호 재설정하는 과정을 거쳐 무사히 프린트.
적을 거 적어 서류 빈칸 채우고 비 내리는 거리로 다시 아웃.
지하철을 타고 또 지하철로 갈아타고 마지막은 버스를 타고
그나마 다행이다.
산업공단도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금방 찾을 수 있는 사정거리권이었다.
드디어 아슬아슬한 시각 11시 45분 경 도착.
그리고 무사히 서류 제출.
등록됐어요. 이제 접수하시면 돼요.
마스크 쓴 여직원의 말은 똑똑히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뭐, 암튼 이제 됐다는 것 같다.
휴우, 안도한 참에 화장실 볼일 보러 갔더니
다들 네일 아트니, 미용이니
세상 살아가는 데 도움 되는 기술 자격증을 따는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다들 왜 그렇게 현명하고 똑똑해 보이는지.....
세상 혼자서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아가려면
손에 기술 익히는 게 최고다.
그걸 알고 지금부터 준비하는 너희는
대체 얼마나 똑똑한겨.
난 니들 나이 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떠나고 싶다
검은 가죽 가방에 모두 들어가는
내 콤팩트한 짐으로 세상 떠돌 수 있는
보헤미안이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 부러워하고
뭐, 그런 몽상이나 실현시키려고
그 생각에 허덕이며 돈을 벌었었는데.
똑똑한 젊은이들이 눈부셔
또 한없이 자책만 하며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는 내리는데 내 손에는 우산이 없다.
다시 발열 체크 하는 귀찮은 확인 후 건물 속으로 들어가 우산 찾으러 고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속.
왜 이렇게 배가 고프던지......
집에 와서 무사히 컴 켠 후 원서 접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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