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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감사일기

파란 하늘이 감사하다면 너무 태평할까요?

by 타마타마북 2020. 2. 9.

 

 2020.02.09 감사일기


1. 하늘이 너무 맑고 파랗다.

2. 땅콩 껍질을 깠다.

3. 감사할 거리를 찾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어제부터 시작한 감사일기.

오늘 아침부터 난 감사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뭐지? 뭘 감사해야 하지?

오늘은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는데 감사할 거리가 있나?

그러다 깨달았다.

감사할 거리를 찾는 내 자신이 벌써 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나른한 오후, 누워서 책을 보다가 문득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나 맑고 파랬다.

파란 하늘이 감사하다면 너무 태평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다시 책을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난 우리 남편 머리를 무릎에 올려놓고 귀지를 파고 있을 때 늘 이런 생각을 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평화롭다는 증거구나 하고. 전쟁 같은 게 일어난다면

  귀지나 파고 있을 정신이 없을 거 아니야."     -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 중 -


파란 하늘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태평한 건 아니라고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평화를 감사하라고 책이 또 금세 가르쳐 준 오후.


해질녘엔 어제 엄마가 보내준 택배 속에 들어 있었던 땅콩 껍질을 깠다.

엄마가 직접 볶아 군고구마처럼 맛나게 구워진 땅콩 껍질을 벗기면서 먹으려니

쬐끔 귀찮았던지 문득 땅콩 껍질을 다 까기 시작한 것이다.

근데 이게 또 잠시나마 정신 수양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땅콩 껍질에만 집중하는 시간.

불안도 걱정도 모두 달아나고 땅콩 껍질 소리만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시간.


이래저래 참 감사한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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