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26 하늘공원
익선동이며 삼청동 같은 핫 플레이스는 시장길 가듯 서둘러 가던 울 엄마
하늘공원은 맘에 들었나 보다.
비록 억새는 다 잘려서 한적하고 스산한 벌판이 돼 버렸지만
넓디 넓은 땅을 가득 채웠을 억새와 꽃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한강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만으로도
엄마에겐 좋은 나들이가 된 듯하다.
다행이다,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 수 있어서......
1월 27일 엄마가 부산으로 내려가셨다.
엄마와 같이 지낸 열흘 간은 내게 너무나 평화롭고 환한 시간들이었다.
열흘 내내 새벽녘 문득 잠에서 깨면 내 시야에 들어온 엄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요즘 날 괴롭히던 불안과 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날들이었다.
엄마가 내려갈 날이 다가오면서부터는 또 다시 시작될 불안들에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이 또 날 쫓아오기 시작했지만......
이제 옷을 사 입을 필요도 없다라는 엄마의 지나가는 듯 흘린 그 말이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나 혼자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팔십을 넘긴 엄마가,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흘린 말이 왜 이렇게 비수처럼 꽂혀 눈물이 되는지......
나는 안다, 내 초조와 불안함은 엄마와 함께 하고픈 행복을 빨리 잡고 싶어서란 걸.
하지만 또한 안다, 거창한 성공과 행복을 엄마가 바라는 게 아니란 것도.
난 혼자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남에게 신경 쓰기 싫은 예민한 이기주의자인 줄 알고 있는데
왜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걸까.
엄마, TV도 없는 집에서 열흘씩이나 지내느라고 고생했어요.
난 아직 답은 찾지 못했지만 엄마와의 시간을 채찍 삼아
서울생활 또 열심히 살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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