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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유튜브 대학/Book Action

배움의 발견

by 타마타마북 2020. 1. 30.

 

 

 

 

◆북드라마 시즌5 #3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북액션
살면서 공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살면서 공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때......

먼저 공부가 하고 싶었던 때를 떠올리려면 공부를 좋아하는지부터 물어야 할 것 같다.

난 공부를 좋아할까?

누가 "공부하는 거 좋아해? 싫어해?"라는 선택지로 묻는다면 난 좋아한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백 퍼센트라는 결과가 나오겠지만,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도 '시험'은 싫어한다.

 

우리 세대는,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공부 면에서는 아주 혜택받은 세대일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전쟁, 보릿고개 같은 생사의 기로를 살아오셨던 분들이라 공부는 사치였을 터이다.

더군다나 여자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손이 되면 충분한 존재였다고 한다.

엄마를 도와 밥을 짓고, 밭일을 돕고, 대책 없이 줄줄이 사탕처럼 태어나는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존재.

공부, 책 읽기는 선비 놀음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팔순을 막 넘긴 나이인데도 아직도 공부 얘기를 하신다.

공부를 많이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늘 아쉬워하신다.

물론 여자들이 다 공부할 수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 그 시대의 공부가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7, 8살이 되면 누구나 다 당연한 듯 초등학교에 가고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

그리고 2019년도 9월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 고등학교 의무제도는 2021년도부터는 전체로 확대된다고 한다.

어디 학교뿐인가.

대학이라는 입시제도에 떠밀려 학원이며 과외며, 아무튼 지금은 공부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될 만큼

공부, 공부, 공부, 온통 공부하는 사람들 뿐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처럼 공부를 많이 할 수 없었던 게 한이 맺혀 공부하고 싶다면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지겹도록 공부했고 자식들에게도 공부 타령을 한다, 공부만 잘하면 인생이 탄탄대로라도 되는 것마냥.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공부에 빚진 사람들처럼 늘 공부를 꿈꾼다.

 

난 28살에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하러 일본으로 떠났었다.

어딘가 새로운 곳,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며 다시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이십 대 그 당시의 나에게 스스로 만족할 수 없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더 나은 나를 찾는 길을 떠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3년을 모은 적금을 깨고 부모님께는 1년만 일단 해보겠다고 하면서 떠난 유학길.

처음 1년간 일본어학원을 다니면서 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배웠던 한글을 길가 간판을 마구 읽어대며 복습했듯이,

아직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일본 한자들을, 일본 거리의 간판들을 읽으며 재밌게 공부했었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다니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물론 아르바이트도 했고, 먹고 사는 문제는 늘 날 따라다녔지만.

그래도 커피라도 한 잔 들고 가서 아침 일찍 시작하는 첫 강의를 들을 때의 그 기분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가치 있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실상은 유치원생이 대학에 와서 공부하는 듯한 상황이었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전자사전을 마구 두드려가며 한 글자 한 글자 필기하던 순간들,

도서관에서 찾아낸 한국과 일본의 고대 역사의 흥미진진함을 서술해놓은 책들,

그런 새로움들에 늘 가슴이 부풀고 흥분되던 시간이었다.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이라는 책 제목처럼,

1년이란 핑계로 떠났던 내 공붓길은 무려 10년이란 시간의 여행길이 되어 쌓였고

그 시간만큼은 정말 지겹도록 공부했었다.  

그리고 어디 공부라는 게 책을 읽고 수업을 듣는 것만이 공부인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듣고 보고 체험한 공부는 너무나 값지고 살아 있는 배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곧 50이 되려 하는 난 지금도 공부를 꿈꾼다.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할 때마다

책을 읽으며 답을 찾으려 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 기웃거린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모두 주위를 둘러보면 더 나은 인생, 미래를 위해서

자격증을, 영어를, 기술을, 컴퓨터를, 그렇게 다들 공부를 좇고 있다.

 

평생을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공부를 많이 못 한 게 한이 되신 우리 엄마나, 아직도 인생을 헤매며 공부를 꿈꾸는 나나,

결국은 똑같은 평생 학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의 나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절실하게 공부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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