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고는 말한다.
그녀는 개념도,상징도,비유도 아닌 따듯한 체온과 움직이는 영혼을 가진 현실의 존재라고.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본인의 의식 그 중심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닫지 못한 중요한 눌림돌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그렇게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해하는 데 이십년씩이나 걸려버렸지만
겨우 깨닫게 된 그녀를 찾아 나서리라고.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찾겠다고.
그녀의 이름은 아오마메.......
그 사람은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몰라, 후카에리가 대답한다.
하루키의 최신작 일큐팔사.....
1948년 조지오웰은 빅대디라는 존재로, 그 당시엔 머나먼 미래였던 1984년이라는 소설을 썼다.
하루키는,
1984년이라는 현실과 공존하는 1Q84를 얘기한다.
빅대디가 아닌 리틀피플과 두 개의 달이 존재하는 일큐팔사.
그래도 여전히 일큐팔사 주인공들은
그 무엇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표의 옷을 입고 음악을 들으며.
그리고 여전히 허무한 인간들 뿐인 하드보일드 작렬 원더랜드가 일큐팔사이다.
상실감, 허무, 고독,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런데 이제 하루키가 푸른 콩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따스한 체온과 움직이는 영혼을 가진 현실에 존재하는 푸른 콩을.
달이 두 개인 세상에서
텐고(天吾)가 찾아 헤매는 푸른 콩(아오마메).
하루키 소설의 허무하고 또 허무한 우유부다니스트 남정네들.
난 그네들이 좋다.
안쓰러운 동지 의식인가....
나, 출판사 상술에 완전 놀아났다.
푸른 콩 찾아서는 여운에 젖어 책을 덮었는데(난 2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ㅠㅠ)
오늘 3권 발매라는 뒷통수를 얻어맞았다.
근데 그 쇼크가 채 끝나기도 전 예약 어쩌구 초판 부수 저쩌구 하면서 날 초조하게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난 오늘 퇴근길에 서점으로 냅다 뛰어 가야지 했는데
벌써 지난 밤 심야 열두시부터 판매가 시작됐다는 거다.
사람들 줄 서 있는 모습하며(니네가 무슨 귀신도 아니구 밤 열 두시에 줄 서야겄냐 ㅠ)
책을 사서 손에 들고는 아침 출근 전까지 다 읽겠다는 열성팬과
그 집에까지 쫓아가서 취재하는 리포터...
(결국 다 못 읽구 출근하더만.....)
도서관 가서 빌려 볼려면 1433번째 예약이 된다는둥
(일년 육개월 기다리는 일본 사람들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나 결국 출근하자마자 책방으로 달렸다
조그만 지하철 역앞 책방인데 들어갔더니 1권과 2권 옆에 놓여있어야 할 3권이 없다.
허걱 했는데 책방 주인 아주머니가 그런 내 얼굴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계산대에 놓여 있는 3권을 손에 들며 이거 찾으세요? 라고...
내 표정이 그렇게 리얼했나, 하여간 책은 손에 넣었으니 됐지 뭐.
근데 3권이 끝이 아닐 것 같다, 왠지.
그리고 난 2권이 끝인 줄 알았던 내가 좀 모자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TV 토쿠다네에서도 그러더라.
2권으로 끝나도 완벽한 끝이다. 3권 발매는 처음부터 없었던 얘기다.
책 내용을 보면 1권(4월-6월) 2권(7월-9월) 3권(10월-12)로 전개되니 4권도 있는거 아니냐,
이건 신쵸사(출판사)의 전략이다.
그러니까 TV 사회자 오구라 아저씨도 한마디.
그럼 내년으로 해서도 계속 나오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
하여간 오늘 난 일본 출판사 상술에 완전히 놀아났다.
항상 우라(뒤)를 볼 줄 알아야 한다던 마에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근데 저 알고 속아준 거에요, 정말루요.
그리고 하루키니까 그리고 문고판도 이쁘게 책갈피 달려 있는
신쵸사니까 용서해 줘야겠다.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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