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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by 타마타마북 2020. 2. 1.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양윤옥 번역   아르테

                            

                                     

  처음 만났을 당시 그들은 '인생길의 반 고비에 이르러 올바른 길을 잃고'있던 중이었다.

     즉, 마흔 살이라는 일종의 독특하고도 섬세한 불안의 나이에 접어든 참이었다.

     그들의 환하고도 소란스러운 일상은 그것이 지속된다고 상상하든 지속되지 않는다고 상상하든,

     어느 쪽도 그리 내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또한 『신곡』의 시구에 나오는 그대로,

    '어찌하여 이곳에 왔는지는 알 길이 없건만' 문득 깨닫고 보니 그 '컴컴한 숲 속'에 헤매 들었던 것이다. -6P-

 

  "인간은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과거를 바꾸고 있습니다.

    바꿀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고, 바뀌어버린다고도 말할 수 있죠.

    과거는 그만큼 섬세하고 감지하기 쉬운 것이 아닌가요?" -40P-

 

 아버지가 '베니스에서 죽다'증후군이라고도 하더군요. 아버지가 지어낸 말이지만,

     그 정의는 '중년이 되어 돌연 현실사회에 적응하는 데 염증이 나서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려고

     파멸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네요. -66P-

 

  인간에게 결단을 재촉하는 것은 밝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232P-

 

  '명석함'이란 태양과 가장 가까운 상처다' -444P-

 

 운명이란 행복하든 불행하든 '왜일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할 뭔가였다.

     그리고 답을 알지 못하는 당사자는 어찌됐든 자신이 과연 거기에 값할 만하기 때문인 것인가,

     라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535P-

 

  "자유의지라는 것은 미래에 관해서라면 없어서는 안 될 희망이야.

     인간은 자신이 뭔가를 해낼 수 있다라고 반드시 믿을 필요가 있어. 그렇지?

     하지만 요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에 대해서 깊은 회한이 드는 법이야.

     뭔가 좀 더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말이야. 운명론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어." -558P-

 

  "그러니까 지금이에요,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 내 과거를 바꿔주는 지금 이 순간."

       -568P-

 

  하지만 그것을 지금 그녀가 안다고 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마키노는 지금 이 삶의 사실성에 발이 묶여 있었다.

     현재는 이미 각자 충실한 것이 되어버렸고 그 생활에 따르는 감정 또한 싹터버렸다.

     과거는 바꿀 수 있다. 그렇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를 바꾸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요코는 마키노가 사나에를 나무랐을 때와 똑같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왜 계속 감춰두지 않았어요?'라고   -5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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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든 마키노와 요코의 러브스토리.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요코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두 사람의 사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게다가 마키노만 바라보는 방해꾼, 매니저가 마키노의 옆에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처럼 타오른 사랑만을 위해 그저 맹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젊은이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은 어쩌면 처음부터 흔들다리였는지도 모른다.

 

자유의지를 알고, 바로 지금이 과거를 바꿔주는 순간이란 걸 알고,

밝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꿈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에 대한 불안이 인간에게 결단을 재촉한다는 것을 알고,

'베니스에서 죽다증후군'의 애기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일지라도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용기, 바보 같은 저돌적인 맹렬함 같은

사랑을 쟁취하려면 필요한 것들은 이미 다 잃어버린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문득 깨닫고 보니 컴컴한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의 섬세한 나이의 우리들은

운명론이 때로는 더 위로가 된다는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냐는 물음 대신,

난 지금의 나 자신을 사랑하냐고 바꿔서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 자신을 찾을 자유의지가 있냐고 말이다.

 

근데 이 책, 나 전에도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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