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번역 : 김이선 출판 : 문학동네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 -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25P-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 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 둘은 다만 멀리서 지켜본다. 호세의 입술을, 갑작스레 치몰리는 그의 이맛살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언어를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수 없는 한 소년을.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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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포함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다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단다.
내가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제목에 끌려서였다.
뭐지? 물리학과 관련있는 내용인가? 근데 소설이잖아.
그 흥미로움에 읽기 시작하게 된 책.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뒤에도 계속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마음속에 상처와 비밀을 안고 있다.
누군가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상처와 비밀.
아무렇지 않게 현재를 살아가지만 문득 어느 순간 주저앉게 만드는 과거의 어떤 상처들.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들.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밀과 상처가 세상의 빛을 받아 드러내고 드러나도,
결코 빛은 될 수 없는 어두운 그늘.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하려 한다.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하지만 그 소통이 늘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깊은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혼자가 낫다고 내민 손을 자책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은 헛된 위로일지언정 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정말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모습들이 열 편의 단편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상처와 비밀을 안고 누군가와 소통하려 하는 모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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