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의 보물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북스타 펴냄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소개를 보니 이만열이라는 한국명도 갖고 있고,
예일대 중문학 학사, 도쿄대 비교문화학 석사, 하버드대 동아시아 언어박사학 박사 출신이라는 화려한 학력에
경력도 다양하고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한국 세계의 석학들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 등, 한국 관련 저서도 많이 집필하신 분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라는 한국의 속담을 듣고 처음엔 그 기발한 표현에 웃다가
어느 순간 이 말의 의미가 오늘날 한국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는 저자.
한국 사람들이 보물 같은 소중한 유산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의 '베이징 자금성의 웅장함에 비하면 아주 작고 소박하네'라고
얼핏 무시하는 듯한 얘기에 한국의 고성과 서울은 '위엄'이 아닌 '소박함과 어울림의 문화'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우리 한국의 보물들.
저자는 한옥, 풍수, 사랑방, 골목길, 갯벌, 자기, 한지, 직지, 차 문화, 효 문화, 홍익, 선비정신, 두레,
한글, 실학, 한의학, 도깨비, 미소 등을 나열하며 한국의 보물들에 관해 우리를 일깨워 준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게 행복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나는,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늘 원하고 꿈꾸고 동경해왔다.
어쩌면 위에 나열한 저 보물들도 내 주변에 늘 있었고,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접할 수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다기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들......
책에 나온 한국의 보물 중 가슴에 와닿은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한옥의 낮은 담은 소통하는 문화라는 글을 보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담을 사이에 두고 나누던 사랑 이야기나 반역의 약속이 떠올랐고
'정'의 문화라는 두레와 품앗이를 보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사람들의 서로 돕는 모습이 떠올랐고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고 알고 있었던 한글에 대해서도
중국어는 400개, 일본어는 300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한글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조합하여 약 8,000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그 위대함에 또 놀라면서도 거리와 티셔츠에 널린 외래어 표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반성했던 건 선비정신에 관해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였다.
창피하지만 난 '선비'에 대해서 별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도 지적하듯 일제 강점기의 '당쟁'이라는 말로 깎아내렸던 그 교육을
아무 의심과 호기심 없이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선비정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저자가 말하는 선비정신.
학식과 예절로 명분과 의리를 지키고 지행합일을 추구하는 것 외에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와 불요불굴의 정신력도 선비의 덕목으로 꼽는다.
그리고 자신을 잃지 않고 강한 세상의 바람 앞에서도 그 충심을 잃지 않았던 선비 정신은 세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의 영역에서 자기 일만을 좇는, 그리고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잃고 살아가는 시대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선비정신은 그런 우리 자신의 위치를 말해 줄 것이라고.
다음 글은 미소에 관한 글로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이기도 하다.
저자의 한국인을 보는 아주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인용해 본다.
한국은 아름다운 미소의 나라다
그 미소는 깨달음이 미소이고, 정의 미소이며 넉넉함의 미소다.
한국인의 몸속을 흐르는 소중한 유산이 이 미소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 미소를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미소로 대답한다.
이들이 바로 한국인이다.
이 미소는 그 어떤 보물보다 소중한 한국인만 모르는 한국인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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