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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선집

by 타마타마북 2020. 7. 29.
 

바쇼 하이쿠 선집

                                  보이는 것 모두 꽃

                                                       생각하는 것 모두 달 

 

 

                                                                                                           마쓰오 바쇼           류시화 옮김

 

                                                                                                                   펴낸 곳 도서출판 열림원

 

 

 

あきふかきとなりはなにをするひとぞ

秋深き隣は何をする人ぞ

 

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바쇼 나이 51세 때

문하생들의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하이쿠 모임을 주관했지만

병세가 악화돼 참석은 하지 못하고

그대신 적어서 보낸 하이쿠라고 한다.

바쇼가 일어나 앉아 쓴 최후의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회자된다고 한다.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시가

그 어떤 장문의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たびにやんでゆめはかれのをかけめぐる

旅に病んで夢は枯野をかけ廻る

 

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들판을

헤매고 돈다

 

 

41세부터 51세 사망할 때까지

10년간 방랑하며 최고의 하이쿠들을 지었던

바쇼가 그의 생애 마지막에 쓴 하이쿠라고 한다.

 

여행이 단순한 생활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해서 여행을 좋아했다는 바쇼.

예전에 이인화의 소설에서

검은 가방 하나로 떠도는 삶을 얘기하는 부분을 봤을 때

너무나 멋지고 부러운 삶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바쇼가 얘기하는 단순한 생활이라는 것도

아마 그런 맥락에서겠지.

방랑하는 10년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내가 품은, 검은 가방 하나에 대한 동경도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동경,미련이 되겠지.

다음 생은 꼭 방랑하는 삶을 살아보고프다......

 

 

 

 

평이한 언어로 심오한 정신성을 표현한 바쇼는 렌가(두 사람 이상이 번갈아

한 행씩 읊는 시 놀이)의 첫 구인 홋쿠를 독립시켜

오늘날 우리가 '하이쿠'라고 부르는 차원 높은 문학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또한 그가 쓴 하이쿠적인 산문 하이분은 문학적으로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 속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또 다른 매력은 그의 삶에 있다.

높은 명성에도 불구학 바쇼는 생애 마지막까지 고독하고 탈속적은 삶을 추구했다.

인기 있는 하이쿠 지도자이자 유명 작가로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스스로 에도 변두리의 풀로 엮은

오두막 생활을 선택했다. 물질주의적 향락과 유희가 지배하던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문학 정신에 다가간

실천적 행동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발꿈치가 닳도록' 몇 차례나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보 여행을 떠났다.

빈곤한 생활에 자족하며 삶과 문학에 대한 고뇌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외로움을 하이쿠로 승화시켰다.

342  P

 

 

하이쿠는 5·7·5의 열일곱 자로 된 정형시이다.

하이쿠의 탄생은 일본 고유의 시 형식인 와카와 관계가 깊다.

'일본의 노래'라는 뜻의 와카는 5·7·5·7·7 의 31자 안에 계절의 변화와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정형시이다.

일본의 고전 시가는 거의 모두 이 와카의 형태이다.

343  P

 

 

'하이쿠'라는 용어는 이 '하이카이 렌가의 홋쿠'를 줄인 말로

메이지 시대의 시인 마사오카 시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345  P

 

 

일본 문학에서 바쇼는 '방랑 미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근본 사상은 안주의 거부였다. 화재로 전소된 첫 번째 파초암 자리에

두 번째 파초암이 지어졌을 때 바쇼는 40세였다.

이듬해부터 그는 이 오두막을 거점으로 '인생은 곧 여행'이라는 사상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흠모하는 방랑 시인 사이교의 삶을 본받아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여행을 거듭했다. 41세에 시작된 방랑은 51세에

생을 마칠 때까지 10년 동안 반복되었으며, 이 기간에

대표 하이쿠 대부분이 탄생했다.

문하생들의 후원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한적한 거처를 마련하고 시인으로서의

명성도 얻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것이 불행으로 작용했다.

한 하이쿠 앞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달을 보면 외롭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 외롭고,

이 초라한 삶에 대해 생각하면 외롭다.

외롭다고 외치고 싶으나 아무도 내 기분을 묻지 않는다."

이러한 외로움, 거듭된 화재로 인한 무상함의 자각이 그를

여행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오두막을 떠나 여러 곳을 방랑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것도 짧은 여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긴 여행이 필요했다.

369  P

 

 

바쇼가 여행을 좋아한 것은 여행이 단순한 생활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간편한 승복 차림, 자신이 '작은 오두막'이라고 부른 삿갓,

겨울철의 방한 솜옷과 필기구 등이 짐의 전부였다.

『오쿠노호소미치』여행 때는 문하생들이 준 선물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다른 것은 제쳐 두고라도, 야위어 뼈만 앙상한

어깨에 짊어진 짐 때문에 고통스럽다. 단지 몸 하나로 떠나려 했는데,

밤의 추위를 막는 종이옷 한 벌, 무명 홑옷과 비옷, 먹과 붓,

게다가 아무래도 거절하기 힘든 작별의 선물 등을

버릴 수 없어서 결국은 여행길의 번거로운 짐 보따리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구름을 부러워한다.

389  P

 

 

 

바쇼가 썼다고 전해지는 '방랑규칙'

 

 

1. 같은 여인숙에서 두 번 잠을 자지 말고,

아직 덥혀지지 않은 이불을 기대하라.

 

 

2.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지 말라. 그렇게 해서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어떤 것, 같은 땅 위를 걷는 어떤 것도 해치지 말라.

 

 

3. 옷과 일용품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소유하지 말라.

지나침은 좋지 않으며, 부족함만 못하다.

 

 

4. 물고기든 새 종류이든 동물이든 육식을 좋아하지 말라.

특별한 음식이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은 저급한 행동이다.

'먹는 것이 단순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라.

 

 

5. 남이 칭하지 않는데 스스로 시를 지어 보이지 말라.

그러나 요청을 받았을 때는 결코 거절하지 말라.

 

 

6. 위험하거나 불편한 지역에 가더라도 여행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꼭 필요하다면 도중에 돌아서라.

 

 

7. 말이나 가마를 타지 말라.

자신의 지파이를 또 하나의 다리로 삼으라.

 

 

8. 술을 마시지 말라.

어쩔 수 없이 마시더라도 한 잔을 비우고는 중단하라.

 

 

9. 온갖 떠들썩한 자리를 피하라.

 

 

10. 다른 사람의 약점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말라.

남을 무시하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은 가장 세속적인 짓이다.

 

 

11. 시를 제외하고는 온갖 잡다한 것에 대한 대화를 삼가라.

그런 잡담을 나눈 뒤에는 낮잠을 자서 자신을 새롭게 하거라.

 

 

12. 이성 간의 하이쿠 시인과 친하지 말라.

하이쿠의 길은 집중에 있다. 항상 자신을 들여다보라.

 

 

13. 다른 사람의 것은 바늘 하나든 풀잎 하나든 취해서는 안 된다.

산과 강의 시내에게는 모두 하나의 주인이 있다.

이 점을 유의하라.

 

 

14. 산과 강과 역사적인 장소들을 방문하라.

하지만 그 장소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15. 글자 하나라도 그대를 가르친 사람에게 감사하라.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가르치지 말라.

자신의 완성을 이룬 다음에야 비로소 남을 가르칠 수 있다.

 

 

16. 하룻밤 재워 주고 한 끼 밥을 준 사람에 대해선 절대

당연히 여기지 말라. 사람들에게 아첨하지도 말라.

그런 짓을 하는 자는 천한 자이다. 하이쿠의 길을 걷는 자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17.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생각하라.

하루가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에는 여행을 중단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수고를 끼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

391 ~ 393  P

 

 

바쇼의 하이쿠는 '자세히 보아서' 발견한 일상의 사물들로 넘쳐 난다.

자세히 볼 때 사물들은 빛이 난다.

이것은 옛 시에서 소재를 찾아 언어유희에 치중하던

기존의 하이쿠 문학에 바쇼가 기여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이다.

바쇼는 직접 보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의 도보 여행을 떠났으며

소재나 풍경과 하나가 된 직접적인 경험에서 시가 흘러나왔다.

402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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