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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by 타마타마북 2020. 8. 12.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 이승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

 

 

 

8월 21일 발표되는 BTS의 영어 싱글 앨범 'DYNAMITE'.

미국 사이트에서 판매한 특별 패키지가 한 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한정판은 LP와 카세트테이프로

가격은 LP가 9500원 정도 카세트테이프가 8300원 정도란다.

마치 우리 세대의 덕질을 보는 듯하다.

 

 

 

 

지금 읽은 『아날로그의 반격』은 이미 사회적 현상인가 보다.

 

저자는 경제, 시간, 정신적으로도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다시 관심과 투자가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즐거움'을 꼽고 있다.

 

물리적인 사물과 경험이 사라져가는 디지털 사회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

'아날로그'라는 것.

 

생각을 종이 위에 펜으로 쓰면서 느끼는 오감의 만족,

찍는 즉시 손과 눈으로 만져지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느린 마술,

매끈하게 인쇄된 토요판 신문을 손으로 넘기는 동작의 쾌감,

턴테이블의 바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레코드판으로 내려가면서

음악이 재생되는 순간의 희열.

이러한 즐거움이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이들에게는 값을 매기기 힘든 경험이라서

아날로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은 꽤 설득력이 있다.

우리 세대가 예전에 당연시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진부하고 촌스러운 것들이 되면서

세상은 너무나 간편하고 콤팩트해졌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던가.

간편하고 콤팩트한 게 당연한 세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아날로그적 정서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또 하나의 흐름이 되어 버리고.....

 

『아날로그의 반격』은 '아날로그 사물의 반격'이란 목차로

LP, 종이, 필름, 보드게임을 예로 들고 있고 

'아날로그 아이디어의 반격'이란 목차로

인쇄물, 오프라인 매장, 일, 학교,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출간된 책이라서

오프라인 매장, 일, 학교, 같은 목차를 보면 책과는 달리

이미 너무나 일반화되어버린 온라인 세상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인간은

인공지능 선생님, 노동자가 보편화되면 될수록

따스한 손길,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

그런 정서적 목마름이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적 정서를 포함시켜야

앞으로는 살아남을 수 있을 듯.

 

턴테이블(예전엔 전축이라고 했었다 ㅋㅋ)은 이미 버린 지 오래고

차마 버리지 못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LP, CD(카세트테이프도 다 버렸을걸?!)들.

세상 참, 희귀한 LP사러 돌아다녔던 그때가

몇 년 전이었나, 기억도 안 나네......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하드 드라이브의 음악을 꺼내

듣는 것보다 더 큰 참여감을 주고,

궁극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레코드판이 꽃힌 서가에서 앨범을 골라

디자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턴테이블의 바늘을 정성스레 내려놓는 행위,

그리고 레코드판의 표면을 긁는 듯한 음악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기 직전 1초

동안의 침묵,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손과 발과 눈과 귀, 심지어

(레코드 표면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기 위해) 가끔은 입도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물리적인 감각을 더 많이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레코드판이 주는 경험에는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이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경험이다.

17~18쪽

 

 

 

우리가 직면한 선택은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가 아니다. 그런 단순한

이분법은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언어일 뿐이다.

1이냐 0이냐, 흑이냐 백이냐, 삼성이냐 애플이냐와 같은 이분법적 구분은 허구다

실제 세상은 흑도 백도 아니고, 심지어 회색도 아니다.

현실은 다양한 색상과 수많은 질감과 켜켜이 쌓인 감정들로 이루어진다.

현실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희한한 맛이 난다. 인간의 불완전함은

흠도 되지 않는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그런 복잡함에서 나오지만 디지털 기술은

그 복잡함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도 말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현실의 산물로서 디지털 기술이

던져주는 어려움들에 직면해 그것들로부터 장점을 취한다. 각 기술은

서로 다른 용도를 충족시키고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다가오는 포스트디지털 경제의

모델이다. 그 모델은 기술의 미래를 바라보되, 기술의 과거를 잊지 않는다.

25쪽

 

 

 

밀라노에 스튜디오를 차린 세브레곤디는 디자인, 사회학, 트렌드의 접점에서

창의적 사고법을 가르쳤다. 그녀는 "제 디자인은 운동 감각에 집중했어요."라고 말하면서

감각적 개입을 강조하는 방법론을 설명했다. "우리 인간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같은

감각기관을 통한 매우 물질적인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80쪽

 

 

 

서점에서 몰스킨 노트는 "아직 씌어지지 않은 책"으로 광고되었다.

구매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워 넣으라는 것이었다. 제품은 세브레곤디가 내다봤던 것처럼

작가, 여행가를 비롯한 글로벌 보헤미안들의 작은 틈새시장에서 빠르게

팔려나갔다.

84쪽

 

 

 

 

"우리 인간은 아주 물리적인 존재입니다." 세브레곤디가 말했다.

그녀는 어느 디자이너가 노트에서 스캔한 가구 스케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자아도취적이기도 해서 보여주고 공유해야만 하죠."

105쪽

 

 

 

그래서 워드는 서점에 갖추어진 책의 종류로(물량보다는 품질),

개인에 맞춰진 서비스로, 기발한 이벤트로(특히 학교와 연계한 도서 축제)승부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바로 (고객들의) 마음이다.

261쪽

 

 

 

나는 손에 책을 들고 종이를 읽어나가는 일을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것은 훨씬 뛰어난 경험이었다. 나는 킨들의 기술적 장점들과는

상반되는 반직관적인 이유들 때문에 종이책으로 돌아갔다. 맞다.

책은 무거웠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책의 두께감 때문에 나는 책의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건 킨들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종이책을 읽는 동안 클라우드에 주석을 붙일 수는 없었지만 대신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귀퉁이를 접을 수 있었다. 잘못해서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건드리는 바람에

읽던 부분을 놓칠 일도 없었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글자를 확대하거나 화면등을

켤 수 없었다. 하지만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266쪽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스토리다. 테크놀로지에 붕괴된 럭셔리 시계

업종이 이제야 비로소 발굴해낸 스토리 말이다.

306쪽

 

 

 

제조업과 유통업 등 아날로그 산업은 이익을 내는 성공 스토리를 필요로 한다.

디지털 경제가 전면에 내세우는 내러티브가 디지털이야말로 부자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309쪽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인 공감은 최근 테크놀로지와 관련하여

큰 관심을 끄는 주제가 되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오늘날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 능력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탈감각화 효과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자기애와 이기심이 늘어나고

협력성은 줄어들며, 잠재적 폭력성은 증가한다.

345쪽

 

 

 

 

고대의 농기구, 만년필, 양초 등은 '아름다운 무용함'에 도달한 오늘날에도

제조되고 판매된다.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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